공공/사회메인기사

[현장기획|갈등 현장을 찾아가다] ① 대구서 만난 갈등조정전문가들…“대현동 이슬람 사원 갈등, 법적 승패 넘어 이해관계 조정 필요”

대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갈등 놓고 입지·주거환경·종교적 요인 분석과 해법 제시

한국경제갈등신문 편집국

한국갈등조정중재그룹이 전국 각 지역의 갈등 현장을 직접 찾아 전문가들과 지역 현안을 공유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찾아가는 갈등조정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한국갈등조정중재그룹은 지난 7월 16일 낮 12시 대구 동성로 소재 노포식당에서 대구·경북 지역 갈등조정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상반기 갈등조정전문가 교육과정을 마친 뒤 하반기 교육과정이 시작되기 전의 인터미션 기간을 활용해 마련됐다. 단순한 친목 모임을 넘어 그동안 갈등조정전문가 과정을 수료한 전문가들이 지역에서 실제 발생하고 있는 갈등 사례를 직접 조사·연구해 발표하고, 참석자들이 함께 해결 가능성을 토론하는 실무형 사례 연구회 성격을 겸했다.

한국갈등조정중재그룹은 앞으로도 교육을 이수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지역별 현장 간담회를 이어가면서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공공갈등과 학교갈등, 직장갈등, 상가·지역사회 갈등 등 다양한 사례를 축적하고 이를 갈등조정 해결 실무와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중앙에서 일방적으로 교육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각 지역의 전문가들을 직접 찾아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지역에서 발생한 실제 사례를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기존 강의 중심 프로그램과 차별화된다.

“교육에서 현장으로”…수료 후에도 이어지는 갈등조정전문가 네트워크

한국갈등조정중재그룹은 그동안 갈등조정전문가 교육과정을 통해 갈등의 원인 분석과 이해관계자 파악, 협상과 조정기법, 갈등 당사자 간 의사소통, 갈등 해결 절차 등을 교육해 왔다.

그러나 갈등조정은 이론 교육만으로는 전문성을 갖추기 어렵다.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법률과 행정, 경제적 이해관계, 감정적 대립, 지역사회 관계 등이 동시에 작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대구경북 간담회는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교육과정을 수료한 전문가들이 자신이 거주하거나 활동하는 지역의 갈등 현안을 직접 발굴하고, 자료를 조사해 발표한 뒤 다른 전문가들이 각각의 관점에서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에는 한국갈등조정중재그룹 회장이 사례 분석과 해결 방향에 대한 자문 및 솔루션 코멘트를 제시하면서 토론을 정리하는 구조로 진행됐다.

한국갈등조정중재그룹은 이 같은 방식을 통해 교육 수료 이후에도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사례를 연구하고 실무 감각을 높일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다.

또한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 사이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향후 실제 갈등 사건이 발생했을 때 지역 전문가와 중앙 조직이 함께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취지도 담고 있다.

대구지역 대표 갈등 사례로 ‘대현동 이슬람 사원 분쟁’ 사례 발표

이날 간담회에서는 대구지역에서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립 갈등이 주요 사례로 다뤄졌다.

박재원 갈등조정전문가는 ‘공간의 밀착도가 만드는 공공갈등: 대구 이슬람 사원 사태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사례를 발표했다.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갈등은 건축을 추진하는 무슬림 유학생들과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 공공갈등 사례다.

법원의 판단을 통해 건축허가와 관련한 법적 쟁점은 상당 부분 정리됐지만, 법원의 판단만으로 주민과 건축주 사이의 갈등까지 해결되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갈등조정 분야가 주목해야 할 사례라는 평가가 나왔다.

발표에서는 이 사건을 단순히 종교적 차이나 혐오의 문제로만 볼 경우 갈등의 구조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대현동 사원 예정지는 넓은 대로나 독립된 종교시설 부지가 아니라 주택이 밀집한 좁은 골목 안쪽에 자리하고 있다. 사원과 인근 주택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매우 가까운 만큼 주민 입장에서는 통행과 소음, 사생활, 주거환경 변화 등에 대한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건축주와 이용자 입장에서는 적법한 절차를 통해 확보한 공간에서 종교 활동을 할 권리가 있으며, 종교나 국적을 이유로 시설 건립 자체를 막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 사건에는 종교적·문화적 차이뿐 아니라 주거환경과 통행, 공간 이용, 재산가치에 대한 우려, 종교 활동의 자유 등 여러 이해관계가 동시에 얽혀 있다는 분석이다.

“법적 승패와 갈등해결은 다르다”

이날 발표와 토론에서 가장 주목된 부분은 ‘법적 해결’과 ‘갈등해결’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소송에서는 어느 한쪽이 승소하고 다른 한쪽이 패소할 수 있다. 그러나 판결 이후에도 같은 지역에서 주민과 종교시설 이용자들이 계속 생활해야 한다면 법적 결론만으로 당사자 간 관계까지 해결됐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지역사회 갈등은 판결 이후에도 집회와 민원, 반대 활동, 상호 비난 등이 지속되면서 오히려 갈등이 장기화되는 경우가 있다.

갈등조정전문가들은 이런 사건일수록 ‘누가 옳은가’를 판단하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각 당사자가 실제로 우려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분석해야 한다고 하나 같이 강조했다.

주민들이 우려하는 핵심이 종교시설 자체인지, 아니면 소음이나 교통·통행 문제인지, 사생활 침해인지, 주택가격 하락 우려인지 세분해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건축주 측에서도 반드시 현재 위치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시설을 운영해야 하는 것인지, 접근성과 비용 문제가 해결될 경우 다른 대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실질적인 조정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안산·해외 사례와 비교…‘입지 조건’ 갈등에 큰 영향

발표에서는 다른 지역의 이슬람 종교시설 사례와 비교하면서 ‘공간적 밀착도’가 갈등 발생 가능성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경기도 안산 원곡동의 이슬람 성원은 다문화 주민이 많은 지역에 자리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도로와 주변 공간이 확보돼 있다. 지역사회가 오랫동안 다양한 문화와 종교를 경험해 왔다는 점도 갈등 완화 요인으로 평가됐다.

미국 테네시주 머프리즈버러의 이슬람센터 건립 갈등 사례도 비교 대상으로 소개됐다.

이 지역에서도 종교적·정치적 반대가 거셌지만 시설 자체는 비교적 넓은 부지에 독립적으로 들어서 주변 주택과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점에서 대현동 사례와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대구지역의 다른 이슬람 종교시설들과의 비교도 이루어졌다.

대현동 이외에도 대구에는 여러 이슬람 관련 시설이 운영되고 있지만 모두 동일한 수준의 지역 갈등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 이 같은 차이를 종교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고, 입지와 주변 주거환경, 도로 상황, 이용 인원, 지역의 문화적 특성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전·주거환경 개선·운영규칙 등 다양한 조정안 논의

참석자들은 갈등해결을 위해 한쪽 당사자에게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하기보다는 양측의 핵심 이해관계를 동시에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먼저 사원 인근의 주거환경 자체를 개선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지자체가 사원과 지나치게 인접한 일부 주택이나 공간을 공공 목적으로 매입해 주차장이나 소규모 공원, 완충 공간 등으로 활용한다면 주민들이 느끼는 물리적 압박과 통행 불편을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체 부지를 통한 이전 방안도 논의됐다.

다만 단순히 “다른 지역으로 옮기라”는 방식의 요구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종교시설 이용자들의 접근성과 기존 시설에 이미 투입된 비용, 새로운 부지의 확보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전을 추진할 경우 접근성이 확보된 부지를 제공하고 기존 투자비용을 합리적으로 보상하는 등 건축주 측이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현재 위치에서 시설을 운영하는 경우에는 구체적인 상생 규칙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기도나 행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음 관리, 외부 확성기 사용 여부, 대규모 이용객이 몰리는 시간대의 교통과 주차관리, 골목 통행 문제 등을 주민과 이용자 측이 사전에 협의하고 지자체가 이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종교나 국적을 이유로 한 과도한 혐오 표현이나 상대방을 자극하는 행동 역시 자제돼야 한다는 데 참석자들이 의견을 같이했다.

결국 갈등 당사자 양측 모두에게 일정한 권리와 함께 책임이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 전문가 의견에 중앙 자문 더해 ‘솔루션형 간담회’

이날 간담회는 한 명의 발표자가 사례를 설명하고 끝나는 일반적인 세미나 방식과는 다르게 진행됐다.

사전에 발표 원고를 참석자들과 공유해 각자가 사례를 검토하도록 한 뒤 현장에서 발표와 토론을 이어가는 방식이 적용됐다.

발표가 끝난 뒤에는 참석한 갈등조정전문가들이 각자의 경험과 관점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마지막으로 박철규 한국갈등조정중재그룹 회장이 갈등의 구조와 조정 가능성, 현실적인 해결 절차 등에 대한 자문 코멘트를 제공했다.

한국갈등조정중재그룹은 앞으로 이 같은 사례 발표 방식이 갈등조정 전문가들의 실무 역량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역 전문가가 지역의 갈등을 직접 조사하는 만큼 중앙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현장의 사정과 지역 주민들의 정서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하나의 사건에 대해 법률가적 시각뿐 아니라 행정, 교육, 상담, 협상, 지역사회 관계 등 다양한 시각이 제시될 수 있어 복합갈등의 해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구·울산·경북 전문가 한자리에…지역 네트워크 강화

이날 간담회에는 대구·경북을 비롯해 울산 등에서 활동하는 갈등조정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울산에서 참석한 박준수 갈등조정전문가를 비롯해 서강 갈등조정전문가, 대구지역 정종열, 최효진, 박재원 갈등조정전문가 등이 자리를 함께 해 지역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 사례와 갈등조정전문가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멀리 다른 지역에서 직접 대구까지 찾아온 참석자도 있어 지역 간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이번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간담회에서는 전문교육 수료 이후 실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전문가 간 교류를 확대하고, 지역사회에서 갈등이 발생할 경우 전문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연계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어졌다.

우수한 활동을 해온 전문가에 대한 격려와 포상도 함께 진행됐다.

일부 참석자에게는 활동 성과 등을 바탕으로 박철규회장의 <대체적분쟁해결총론> 저서를 부상으로 수여하는 등 교육 수료 후 지속적인 전문 활동을 독려했다.

“전국 갈등 현장이 곧 전문가들의 교실”

한국갈등조정중재그룹이 추진하는 지역 간담회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 사회에서 실제 발생하고 있는 갈등 현장을 하나의 ‘살아 있는 교재’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의 갈등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학교폭력과 교권 갈등, 상가 임대차 갈등, 직장 내 갈등, 주민과 지방자치단체 간 공공갈등, 개발사업을 둘러싼 갈등, 종교시설과 주민 간 갈등 등 어느 하나 법률적 판단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소송이나 행정처분을 통해 법적 판단이 내려진 이후에도 당사자 사이의 관계가 회복되지 않아 갈등이 장기간 계속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한국갈등조정중재그룹은 이 같은 현실에서 갈등조정전문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지를 결정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갈등 당사자들의 실질적인 이해관계를 분석해 서로 감당할 수 있는 해결안을 만드는 것이 갈등조정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번 대구 간담회에서 다뤄진 대현동 이슬람 사원 사례 역시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됐다.

법적 판단이 내려졌음에도 갈등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법과 행정의 영역을 넘어 당사자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별도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역 찾아가는 간담회 지속…전국 갈등 사례 축적 추진

한국갈등조정중재그룹은 대구 간담회를 시작으로 앞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가는 갈등조정 전문가 간담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각 지역의 갈등조정 전문가들이 해당 지역의 대표적인 갈등 사례를 발굴하고 조사해 발표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전국의 다양한 갈등 사례를 체계적으로 축적한다는 구상이다.

단순한 사례 수집에서 그치지 않고 갈등의 원인과 이해관계자, 기존 대응의 문제점, 가능한 조정안, 실제 해결 가능성 등을 함께 분석해 향후 갈등조정 교육과 실무에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지역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연구와 활동을 지원해 갈등조정전문가 교육이 자격 취득이나 교육 수료에 머물지 않고 실제 지역사회 갈등해결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한국갈등조정중재그룹 박철규 회장은 이번 간담회의 의미에 대해 “갈등조정 전문가에게 가장 좋은 공부는 실제 갈등 현장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각 지역을 직접 찾아가 전문가들과 지역 갈등을 연구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면서 현실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을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사회의 갈등을 모두 소송이나 행정기관의 판단에 맡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갈등의 당사자들이 관계를 완전히 끊기 전에 조정과 협상을 통해 해결 가능성을 찾을 수 있도록 전문적인 갈등조정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이번 간담회는 교육장에서 배운 갈등조정 이론을 실제 지역사회 갈등과 연결해 연구하고 토론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첫걸음이었다.

갈등의 현장을 찾아가고, 지역 전문가가 직접 사례를 연구하고, 다른 전문가들이 함께 해법을 제시하는 방식이 앞으로 우리 사회의 복잡한 갈등을 풀어내는 새로운 전문가 활동 모델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