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조금씩 열린 마음…발달장애인 2,785명 맞춤형 숲체험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의 녹색사업, ‘취약계층 숲체험·교육 지원사업’ 현장을 찾아서
커다란 나무 아래 참가자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았다. 누군가는 손으로 거친 나무껍질을 천천히 쓸어보고, 또 다른 참가자는 눈앞에 놓인 꽃잎을 한참 바라봤다. 흙길을 걷다가 발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살피는 모습도 보였다.
평소라면 무심히 지나쳤을 숲의 나무와 꽃, 흙과 바람이 이날만큼은 마음을 나누는 특별한 친구가 됐다.
(사)한국숲해설가협회가 서울·경기지역 장애인 보호시설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맞춤형 숲체험 프로그램의 한 장면이다.
협회는 서울·경기권 장애인 보호시설 17곳을 선정하고 숲해설가 33명을 전문 강사로 배치해 총 2,785명의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숲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각 기관에서는 모두 16차례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주로 시설 주변 숲과 녹지공간을 이용한다.
이 가운데 한 차례는 휴양림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진행해 참가자들이 일상적인 생활공간에서 벗어나 보다 긴 시간 자연을 경험하도록 했다.
프로그램은 숲길 걷기와 자연물 관찰, 식물 만져보기 등 참가자의 특성과 장애 정도를 고려한 체험 중심으로 구성된다. 누군가에게는 지나치기 쉬운 이 사소한 순간들이, 발달장애인의 감각통합(Sensory Integration) 발달에는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자연환경 속에서 다양한 감각을 경험하고 몸을 움직이면서 심리적 안정과 신체활동을 돕고, 다른 참가자 및 강사와 함께 활동하면서 사회적 상호작용의 기회를 넓히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처음에는 커다란 벽에 부딪힌 느낌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숲해설을 담당하는 김정현 숲해설가는 프로그램 초기의 어려움을 기억하고 있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커다란 벽에 부딪힌 느낌이었습니다. 중증 장애를 가진 참가자들이 많다 보니 제가 이야기를 해도 거의 반응이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질문을 해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같은 설명과 활동을 반복해야 하는 날도 있었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한 차례, 두 차례 계속되면서 조금씩 변화가 나타났다고 한다. 강사의 얼굴을 알아보는 참가자가 생겼고, 먼저 가까이 다가오는 경우도 나타났다. 숲길을 함께 걷고 자연물을 만지는 활동에 참여하는 시간도 점차 늘어났다.
김 숲해설가는 “지금은 저를 친구처럼 생각하고 먼저 다가오는 참가자들도 있다”며 “말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반복적으로 만나고 함께 활동하면서 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꽃잎을 이용한 숲체험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참가자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협회 측은 숲체험이 단순한 야외활동에 머물지 않고 발달장애인이 자연환경 속에서 다양한 감각과 인간관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한국숲해설가협회 김국회 상임대표는 “발달장애인과 보호자, 인솔자, 숲해설가가 함께 자연을 경험하고 웃음을 나누는 것 자체가 중요한 과정”이라며 “발달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접하기 어려운 자연 체험 기회를 더 많이 가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커다란 연잎을 바라보며 숲체험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참가자들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에서는 활동의 난이도뿐 아니라 참가자의 장애 정도와 의사소통 방식, 이동 능력 등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현장 강사들에게도 일반적인 숲해설과는 다른 접근이 요구된다.
숲에 관한 지식을 많이 전달하는 것보다 참가자가 직접 만지고, 보고, 걷고, 반복해서 경험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번 숲체험 프로그램 역시 자연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데 목적을 두기보다는 발달장애인들이 숲이라는 공간에서 몸을 움직이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경험을 쌓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복되는 숲 방문이 참가자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앞으로 지속적인 관찰과 평가가 필요하다. 다만 현장에서는 처음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참가자가 강사를 알아보고 먼저 다가오는 것과 같은 작은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숲체험이 발달장애인의 일상과 복지를 지원하는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