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사회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자영업자! 이제는 보호해야 한다

같은 보증금을 내고 수억 원을 들여 매장을 꾸몄는데도 계약이 끝났다는 이유만으로 권리금은 물론 투자한 시설비조차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 채 매장을 비워줘야 하는 자영업자들이 있다. 이들은 흔히 말하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백화점, 대형 쇼핑몰, 지하철 역사, DDP 같은 공공시설에서는 일반적인 상가 임대차계약 외에도 위탁계약이나 사용허가 방식으로 영업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대규모점포나 국·공유재산에 입점한 상인은 계약의 형태와 시설의 법적 성격에 따라 일반적인 상가 임차인과 동일한 수준의 보호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특히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5는 임대차 목적물이 「유통산업발전법」상 대규모점포 또는 준대규모점포의 일부이거나 국유·공유재산인 경우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규정의 적용을 제외하고 있다. 전통시장은 예외적으로 보호받지만, 그 밖의 대규모점포나 국·공유재산에 입점한 상인은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측면에서 법적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

그런데도 많은 자영업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곳인데 설마 문제가 생기겠어?”

“유명 프랜차이즈니까 믿어도 되겠지!”

하지만 프랜차이즈 본사와 건물주 또는 지자체 사이의 계약이 종료되거나 해지되면 실제로 매장을 운영하던 자영업자가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법적으로는 계약 종료일 뿐일 수 있지만, 실제 영업자에게는 수년간 투입한 시설비와 영업 기반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는 계약의 형식과 실제 영업자가 부담한 투자·위험 사이의 간극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다.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

최근 DDP에서 카페를 운영했던 카페 드 페소니아 사례는 이러한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운영자 측은 약 10억 원을 투자해 장기간 영업했다고 주장했지만, 사용·수익허가 기간 종료 이후 서울디자인재단과 분쟁이 이어졌고 결국 법원의 강제집행으로 매장을 비우게 됐다. 서울디자인재단은 허가기간이 이미 2023년 3월 종료됐고 이후 점유가 계속됐다는 입장이었다.

이 사례는 어느 한쪽의 주장만으로 평가할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공공시설에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 장기간 영업한 사업자가 계약 종료 시 투자금을 어떻게 회수할 것인가라는 제도적 질문을 남긴다.

과거 동서울터미널 임차상인들이 겪은 문제도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30년 가까이 터미널에서 영업해 온 일부 상인들은 재건축을 앞두고 퇴거 문제를 둘러싸고 임대인 측과 장기간 갈등을 겪었으며, 재건축 이후 우선 임차권 등을 요구했다.

이런 사례들은 단순히 특정 사업자의 성공과 실패만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 장기간 한 장소에서 영업하고 투자해 온 상인의 이해관계를 계약 종료와 재개발 과정에서 어디까지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제도적 문제다.

현재 이러한 사각지대에 놓인 자영업자의 전체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체계적인 통계도 충분하지 않다. 대규모점포와 공공시설 입점 상인의 규모, 계약 종료에 따른 퇴거·분쟁 사례, 시설 투자금 회수 여부 등에 대한 실태조사부터 필요하다.

이제는 제도를 바꿔야 한다

첫째, 법 적용 범위를 재검토해야 한다. 백화점·대형마트·복합쇼핑몰·공공상가에 입점한 상인에 대해 현재 제10조의5가 배제하고 있는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를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통시장이 예외적으로 보호되고 있는 만큼 다른 형태의 대규모점포 입점 상인과의 형평성 문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만 대규모점포의 통합 관리·리뉴얼 필요성 등 임대인·운영자 측 입장도 고려해 일정한 예외 사유와 요건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둘째, 공공시설의 최고가 입찰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공유재산 사용허가의 경우 원칙적으로 입찰을 실시하면 최고가격 응찰자를 낙찰자로 하는 구조가 적용된다. 그러나 공공성이 강한 상업시설에서는 가격만을 기준으로 하기보다 기존 영업자의 투자, 영업기간, 지역사회 기여도 등을 일정 부분 평가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부득이하게 퇴거해야 한다면 법률상 요건과 공공재산의 성격을 고려하면서 시설투자 잔존가치나 이전비용을 보상할 수 있는 별도의 제도도 검토할 수 있다.

셋째, 전대차 계약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실제 매장을 운영하는 전차인이 원임대인이나 시설 관리자가 전대를 허용했는지를 계약 단계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계약서에 원임대인의 서면 동의 여부를 확인하거나 관련 서류를 첨부하도록 하면 계약 구조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투자하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넷째, 프랜차이즈 본사·중간 임차인의 책임 조항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 본사나 중간 임차인의 귀책사유로 상위 계약이 해지돼 실제 영업자가 손해를 입는 경우 시설투자비와 영업손실에 대한 책임 범위를 계약 단계에서 명확하게 정하도록 표준계약서와 정보공개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리뉴얼·이전 시 투자 회수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리뉴얼이나 매장 이전 등의 이유로 계약이 종료되는 경우 영업자의 귀책사유가 없는 상황에서 회수하지 못한 시설투자비가 있다면 그 잔존가치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

상가 강제집행이나 계약 종료는 매장 주인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곳에서 일하던 직원들의 고용과 주변 상권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영업이 어려운 지금 법과 제도 역시 현실의 변화에 맞춰 점검할 필요가 있다.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도 경제사정의 변동 등 일정한 요건 아래 임차인이 차임 감액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영세 임차인이 이를 얼마나 실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점검하고, 매출 급감이나 상권 변화 등 현실적인 경영상 어려움이 합리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법은 현실을 따라가야 한다. 계약의 이름이 무엇이든 실제로 상당한 자본을 투자하고 생업을 이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 투자와 영업 기반을 어디까지 보호할 것인지 사회가 답해야 한다. 더 이상 제도의 틈에서 억울한 피해를 보는 자영업자가 없도록 시대에 맞는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할 때다.

상가임대차 갈등전문기자 박지호(kajiho2030@naver.com)

상가임대차 코디네이터 / 조정 전문가